지구에 거꾸로 매달리기

나의 아시안컵

김승환2015-01-16

호주에서 아시안컵 축구 대회가 진행 중이다. 조별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은 오만과 쿠웨이트를 모두 1대 0으로 이겼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대표팀이 몇십 년 만에 첫 조별 두 경기 연승, 무실점, 8강 진출 확정이라는 여러 기록을 만들었을 만큼 아시안컵은 한국 대표팀에게 불친절했다. 이번 아시안컵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아시안컵은 중학교 1학년이었던 1988년 대회였다. 이 대회부터 지금까지 인터넷 검색 없이 기억에만 기대 나의 아시안컵을 정리해봤다.

1988년

결승에서 사우디에 지면서 준우승(1회와 2회 우승을 제외하면 가장 좋았던 성적)을 한 대회로 기억한다. 김주성 선수 활약으로 일본에 이겼던 기억이 있다. 당시는 일본 축구를 한 수 아래로 생각했다. 황선홍 선수가 데뷔한 대회로 기억한다.

1992년

예선 탈락으로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중계도 없었고 언론도 크게 다루지 않았다. 스포츠 신문 모퉁이에서 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소식과 우리가 예선에 프로가 아닌 실업팀 선발을 내보내 탈락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이 자국에서 개최한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J리그 출범과 함께 아시아 축구 강국으로 떠올랐다.

1996년

이란과의 악연이 시작된 대회로 8강에서 2대6으로 졌다. 군 복무 중에 내무반에서 이란전을 보다 속이 탔던 기억이 있다. 전반까지는 2대 2로 팽팽했는데 후반 속절없이 무너졌다. 감독과 선수 사이 갈등에 따른 태업이라는 설도 있었다. 그 결과로 박종환 감독은 사임하고 차범근 감독이 부임한다.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변신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주성 선수를 대표팀에서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대회로 기억한다.

2000년

조별 경기에서 부진했지만 운 좋게 조 3위로 8강에 올라 이란과 만난다. 연장 혈투 끝에 2대 1로 이란을 이겼다. 1대 0으로 이기던 경기 막바지에 우리 선수 실수로 동점이 되었지만, 연장전에서 이동국 선수 골로 이겼다. 무릎에 붕대를 칭칭 매고 뛰었던 이동국 선수는 무리한 출전(청소년, 올림픽 등 여러 대회에 출전)으로 몸에 무리가 갔고 2002년 월드컵 출전 좌절로 이어진다.

틀린 기억: 이란전에서 먼저 실점했고, 후반 종료 직전에 김상식 선수가 동점골을 넣었다.

이란을 이긴 후 조별 리그 부진으로 욕을 먹던 축구협회가 어깨에 힘을 주었지만 4강에서 지면서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허정무 감독은 사임한다. 그리고 히딩크가 등장한다.

2004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부진으로 코엘류 감독이 물러나고 본프레러 감독이 막 취임해서 치른 대회였다. 8강에서 이란을 만났고 난타전 끝에 3대 4로 진다. 유학 중에 잠깐 들어온 후배와의 술자리로 경기를 시청하지 못했다. 김진규 선수의 손가락 욕이 논란거리가 되기도 했다.

부상 선수도 있었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천수를 비롯한 젊은 선수가 빠져 대표팀 전력은 최상이 아니었다.

2007년

올림픽을 피해 개최연도를 홀수년으로 바꾸면서 1년 빨리 열렸다. 박지성을 포함한 주전 선수 다수가 빠진 대표팀은 묘한 경기력을 선보인다. 8강, 준결승, 3/4위 전을 모두 0대 0으로 비기고 승부차기를 한다. 8강에서 이란을 다시 만나 승부차기에서 이겼다. 이라크와의 준결승 승부차기에서는 졌고, 일본과의 3/4위 전 승부차기에서는 이긴다.

강력한 수비 축구로 상대 팀에게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대표팀에게 왔던 몇 차례 기회를 골로 결정지었다면 멋진 팀으로 기억할 텐데 결정력이 부족했다. 대회 후 베어백 감독은 사임한다.

2011년

박지성이영표 선수의 마지막 대표팀 대회였다. 우승을 목표로 도전했지만, 준결승에서 일본과의 승부차기에서 지면서 좌절한다.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 골로 승부차기에 들어갔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8강에서 이란을 만났고 연장에서 윤빛가람 선수의 멋진 골로 이긴다. 조별 마지막 경기에서 체력 안배를 하지 못한 전략 실패, 빡빡한 경기 일정, 이란전 연장 승부에 따른 체력 소모로 준결승 일본전에서 대표팀은 기진맥진하며 경기력이 나빴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다섯 번 연속으로 8강에서 이란을 만나 3번 이기고 2번 진다. 이긴 팀은 준결승에서 항상 졌고 3/4위 전에서 항상 이겼다. 8강에서 체력을 소모한 결과였다. 다행하게도 2015년에는 8강에서 이란을 만날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