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거꾸로 매달리기

국민TV와 벤처

김승환2015-05-29

2012년 대선 이후 ‘나는 꼼수다’ 김용민이 국민TV 이야기를 했을 때 ‘무모하다’라고 생각했다. 정치적인 측면이 아닌 사업적인 측면에서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 사업하면서 여러 경로로 사업 아이템을 접할 때 대부분 ‘별로야’라고 어깃장 놓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내린 판단이다. 대부분은 내 생각이 얼추 맞는다. 내가 신통한 예측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창업한 기업 대부분이 3년 안에 망하기 때문이다. 실패가 아닌 성공할 아이템을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아이템으로 사업하는 이를 조롱하거나 헐뜯을 생각은 없다. 내가 하는 사업도 성공하고 거리가 멀다. 국민TV에 대한 태도도 그렇다. 조합원도 아니고 '불금쇼'를 제외하면 소비하는 콘텐츠는 없으니 무관심했다.

그러다 트위터에서 국민TV에 대한 비판을 접하면서 관심이 갔다. 그 비판은 친노 편향성이나 콘텐츠 질이 낮다는 것이 아니다(이 비판은 타당하지만, 언론이 갖는 정파성은 당연하다고 여기기에 관심이 없다.). 국민TV가 일종의 ‘금전적 사기’라는 비판이다.

'사기'라는 비판 내용을 알기 전에 국민TV 성격을 살폈다. 국민TV는 주식회사가 아닌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법으로 정해져 있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주식회사가 주식을 발행해 자본금을 모집하듯, 협동조합도 조합원으로부터 돈을 받아 출자금을 모은다. 국민TV는 28,405명이 92,519구좌를 모았다(2015년 5월 29일 기준). 한 구좌가 5만 원이기 때문에 총 출자금은 약 46억 원이다. 한 사람당 약 16만 원을 냈다.

  • 한 명이 여러 구좌를 개설할 수 있지만, 의결권은 출자금 액수와 상관없이 1인 1표다. 한 명이 큰돈을 출자했다고 더 많은 의결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주식회사와 협동조합의 큰 차이다.

  • 이익 배당이 출자액에 비례하는 것은 주식회사와 비슷하다.

협동조합과 상관없는 국민TV만의 특징이다.

  • 국민TV는 정부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한다. 정부 간섭을 피하고자 정식 언론으로 등록하지 않았다. 이 결정에는 장단이 있다. 장점은 방송에서 저급한 욕을 해도 정부가 제재할 방법이 없다. 부드럽게 이야기하면 B급 정서를 듬뿍 실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단점은 정식 언론이 아니니 취재에 제한이 많다.

  • 국민TV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추구한다. 전체 매출에서 광고 비중은 미미하다.

  • 그래서 국민TV 매출 구조는 단순하다. 출자금과 별도로 조합원이 월 1만 원씩 내는 사용료가 매출 대부분이다. 2015년 봄을 기준으로 월 1억5천만 원 정도의 사용료를 받는다고 한다.

정리하면 조합원 출자금으로 자본을 모아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조합원으로부터 이 콘텐츠 사용료를 받아 매출을 발생시키는 것이 국민TV 비즈니스 모델이다. 다른 협동조합과 비교해도 국민TV 조합원은 ‘호구’임이 분명하다. 이게 가능한 건 국민TV가 정치 결사체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당이나 교회 느낌도 난다.

국민TV가 사기라는 주장은 다음 문제에서 시작했다.

앞에서 설명한 대로 한 사람당 평균 출자액은 16만 원이다. 그런데 1억 원이 넘는 돈을 출자한 사람이 어느 날 조합원 탈퇴를 하려 보니, 국민TV로부터 받을 수 있는 돈이 백만 원 조금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얼핏 보면 사기 같지만, 협동조합 조합원이 탈퇴할 때 환급받을 출자금 법 규정을 보면 당연하다.

제26조(지분환급청구권과 환급정지)

② 제1항에 따른 지분은 탈퇴한 회계연도 말의 협동조합의 자산과 부채에 따라 정한다.

국민TV가 출자금 대부분을 썼기에, 탈퇴할 때 원 출자금의 1%가 조금 넘는 액수만을 돌려받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이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숨겼다고 논란이 되었다. 하지만 임의의 정관이 아닌 법으로 정해진 것이기에 설득력이 크지 않았다. 사업에 투자할 때, 그 사업이 망하더라도 자기 지분 그대로 돌려받을 거로 생각할 수는 없다. 창업주에서 연대보증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투자를 받아서는 안 된다는 충고와 같은 맥락이다. 협동조합 성패에 따른 지분 손실을 몰라 입은 큰 손해는 안타깝지만, 그 책임을 국민TV에 돌리기는 어렵다.

자연스럽게 왜 출자금 전부를 썼느냐로 논란이 옮겨갔다. 경영진의 배임과 횡령을 의심했다. 2014년 4월부터 사용료를 받았다니 평균 월 1억 원으로 보면 매출은 13억 원 정도다. 여기에 출자금 46억 원을 더하면 국민TV가 지금까지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액수는 약 60억 원이다.

국민TV 내부정보를 몰라 정확성이야 떨어지겠지만, 비용 구조를 예측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언론 보도를 보니 방송 장비 구매와 생방송 스튜디오 마련에 약 10억 원을 지출했다고 한다.

국민TV 홈페이지에서 조직도를 보면 현재 인력은 약 40명이다. 2013년 3월 시작했을 때는 더 적다가, 방송을 시작했을 때 많았다가 그 뒤로 준 모양새다. 호봉제고 신입사원 연봉은 2.800만 원이라고 한다. 계산할 수 있는 월평균 직원 수와 한 사람당 임금은 다음과 같다. 단순한 계산이다.

월 평균 직원 수

월 평균 임금

총 임금

20명

3백만원

약 14억

20명

4백만원

약 19억

30명

3백만원

약 21억

30명

4백만원

약 28억

국민TV가 24개월 운영된 것으로 간주했다. 협동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4대 보험을 고려하면 최소 월평균 임금 3백만 원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사정이 어려워진 2014년 여름 전후로 직원은 85%, 국장 이상은 60% 정도를 받고 있다고 하니 실제 액수와 차이가 클 수 있다.

여기에 사무실 임대료를 비롯한 여러 운영비가 있다. 대부분 회사처럼 다양한 세금을 내야 할 것이고, 회식, 교통비 등 적지 않은 운영비를 썼을 것이다. 국민TV는 미디어로 출연진에게 출연료를 지급해야 한다. 적지 않은 외부 출연진이 있는 모양새다.

앞선 계산이 엉터리일 수 있다. 미디어란 특징으로 방송 장비 구매와 출연료를 고려했을 때, 직원이 30명 규모인 회사를 2년 동안 60억으로 꾸렸다는 것이 엉터리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열정 페이를 당연시할 것이 아니라면 그렇다.

경영진이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주식회사 대표와 비슷한 이사장이 받는 월급 6백5십만 원이 많다는 게다. 실제로는 경영 악화로 작년 여름부터 30% 삭감한 4백6십만 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모든 월급쟁이가 알 듯 여기서 각종 세금을 빼면 실수령액은 더 준다.

어떤 이에게 이 액수가 커 보일 수가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배임이라고 주장한다면 나는 동의할 수 없다. 벤처기업 경영진 중에 월급을 전혀 받지 않는 이도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 경영진과 주식회사 경영진은 다르다. 주식회사 경영진은 지분 가치 상승이나 스톡옵션으로 성공했을 때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그런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TV로 엄청난 경제적 성공을 기대할 순 없다. 경영진 월급을 더 줄여야 큰 비용 절감도 안 된다. 흠집 잡기다.

출자금 현재 가치를 줄이려고 부채를 과다하게 평가했다는 비판도 있다. 몇억을 퇴직충당금을 잡았다는 지적에는 수긍할 수 없다. 효과가 있으려면 자산에 대한 감가상각 기간을 짧게 잡는 건데 불법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배임이나 횡령 가능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방송 장비를 구매할 때 비용을 과다 지출했을 수 있다. 인력을 허위로 고용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착복했을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 없이 배임이나 횡령을 주장할 권리도 없다. 정치적 생각이 다르다거나 밉다는 이유로 증거 없이 수사를 요구할 수도 없다.

사업하다 보면 실수를 한다. 불필요한 장비를 구매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낭비도 있다. 분수 넘게 인력을 채용하기도 한다. 나 자신도 많은 실수를 했다. 그 낭비와 모자람 비판이야 달갑지 않아도 어찌하겠느냐마는 사업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형사 처벌이 가능한 배임이나 횡령을 쉽게 들먹여서는 안 된다.

이런 논란과 상관없이 국민TV는 어려워 보인다. 초기 투자와 인건비에 출자금 대부분을 사용했고, 월 사용료를 내는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늘지 않아 월 운영비를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IT 벤처 창업을 하면 흔하게 듣는 질문이 있다. “같은 아이템을 네이버가 하면 어떻게 할 겁니까?”. 국민TV는 데일리 뉴스를 목표로 했고 노종면 YTN 해직기자도 합류했지만, 손석희의 JTBC에 전혀 상대되지 못했다.

노종면, 김용민 등 주요 인력도 떠났다. 벤처에서 흔히 보는 모습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투자 낭비, 예측만큼 늘지 않는 매출과 회원 수, 그 과정에서 생기는 내부 갈등, 긴축에 따른 어수선함.

국민TV 경영진이 무능했다고 비판할 수 있다. 정치적 편향도 비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그들이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하는 건 무리한 조롱이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다른 실패한 많은 벤처처럼 그 도전 자체로 박수받을 자격이 그들에게 있다. ‘실패할 줄 알았다’라는 빈정거림이야 이해하지만, 사기였다며 떠벌리는 건 벤처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 가슴 아프게 느껴진다.

현재 국민TV는 월 비용과 매출에서 균형에 다다랐다고 한다.